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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기술 면접의 회고록

여영클 2024. 12. 11. 22:59

안녕하세요!! 거의 2주일 만에 포스팅을 작성합니다.
 
당연히 공부를 쉰 건 아니고요 최근 한 대기업의 채용 연계형 인턴 면접을 다녀왔습니다.
생애 첫 면접을 다녀오고 느낀 점과 기록해야 할 일들을 작성하겠습니다.
(기업 명이나 면접 질문 목록에 대해선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이 내용을 찾기 위해 블로그에 오셨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 거에요.)


왜 26살 먹도록 면접 한 번 보지 않았나?

저도!!!!! 면접을 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올해 8월에 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졸업한 이후 중소 기업, 중견 기업 가리지 않고 총 20여 군데에 서류를 지원했었는데요.. 단 한 군데도 붙지 못 했습니다.
심지어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에선 탈락했다는 연락 조차 주지 않았었죠.
 
그래서 저는 '몇 년 동안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나를 원하는 곳은 없구나' 생각하며 자존감이 무너졌고..
이 영향이 있었는지 8월 중순 쯤에 번아웃이 왔습니다.

텅텅 비어있는 8월의 깃 잔디

 
번아웃을 극복한 이후에는 '올해에는 공부에만 집중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자.' 라는 생각과 함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구했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하던 중, 제가 정말 가고 싶던 대기업에 인턴 공고가 떴습니다.

저는 올해엔 어차피 공부만 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붙으면 좋고 떨어지면 말고~'라는 생각을 하며 처음으로 중소, 중견이 아닌 대기업에 서류를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느날, 이 기업의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는 메일을 받게 됩니다.
 
이 기업은 서류 합격자를 대상으로 과제 전형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이 과제 전형을 밤낮으로 준비하며 안구 건조증까지 생겼지만 다행히.. 과제 전형까지도 합격했습니다.


 

면접 후기

면접은 저를 겸손해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저는 면접관님들의 절반 이상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알고 있다고 대답한 질문들에 대해서도 제가 모른다고 대답할 때까지 깊숙하게 물어보셨습니다.
 
면접관님들께선 주로 기술의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 물어보셨고, 저도 제가 이렇게나 모르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저는 멍청하게도 근본도 모르는 이 기술들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면접관님들 앞에서 떠들고 있었죠.. 너무 부끄럽네요.
면접관님들이 저를 어떻게 보셨을까요??
 

저는 현재 팀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실력 보단 참여율 위주로 팀원들을 선택해서 제가 주도적으로 팀을 구성했습니다.
 
이 사진은 면접 다음날 새벽에 저희 팀의 백엔드, 프론트엔드 개발자 두 분이서 나눈 대화입니다.
백엔드 개발자분이 베이스 url을 127.0.0.1이라고 알려주고, 프론트엔드 개발자분은 아무런 의심 없이 127.0.0.1로 api 요청을 보내시네요.
 
저는 아침에 일어나서 이 대화를 봤을 때 깨달았습니다.
'면접관님들도 나를 이런 시선으로 보셨겠구나..'
 
절대 이분들을 낮잡기 위해 올린 사진이 아닙니다. 오히려 2~3시까지 공부하는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잠이 많아서 저렇게까진 못 하거든요.

단지 127.0.0.1이 뭘 의미하는지도 모르면서 프레임워크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과 기술의 근본도 모르고 다 안다는 듯이 면접관님들 앞에서 떠들어댔던 저의 모습이 겹쳐 보여서..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저는 이 짧은 대화만으로 저의 팀원 두 분이 많은 내용을 모른다는 사실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클라이언트가 api 요청을 보내면 어떤 과정을 거쳐 서버로 어떻게 전송되는지', '127.0.0.1이 뭘 의미하는지' 등이요..
아마 면접관님들도 저를 보며 똑같은 생각을 했겠죠. 
 
그리고 저는 질문에 답변도 잘 못 했는데, 면접 태도까지 건방졌습니다.
아는 게 나와서 면접관님의 말을 끊은 적도 있고, '진짜요?'라고 대답하려다가 말을 절어서 '진짜?'까지만 말하기도 했고, 저는 집중하면 주먹을 쥐고 턱에 주먹을 올리는 습관이 있는데, 면접관님이 말하실 때 집중하느라 주먹을 턱에에 갖다 대고 면접을 봤습니다.
ㅋㅋㅋㅋ.. 원래 이렇게 mz스럽지 않은데 .... 평소엔 정말 깍듯한데 ..........
 
면접을 마치고 집 가는 길에 '내가 대체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요
면접 자리가 너무 편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면.. 저는 컴퓨터 공학을 복수 전공해서 컴공 친구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컴퓨터 관련 주제로 깊게 대화하는 것이 처음이였고, 저는 면접을 보는 내내 너무 신났습니다..
면접실 들어가기 직전까진 너무 떨려서 심장이 쿵쾅대는게 느껴졌는데, 제가 떨렸었다는 사실을 잊었을 정도로요.
면접이 시작되고 나서는 전혀 떨리지 않았어요.
 
제가 가장 시간을 많이 들이는 분야에 대해, 그 분야의 전문가분들과 말할 기회를 주시다니 아주 값진 경험이였죠.
당연히 면접 결과는 불합격이겠지만 배울 점이 아주 많았습니다.
특히 앞으로의 공부 방향을 잡아주신 점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화려한 기술보단 그 기술의 보이지 않는 근본적인 부분을 공부하고, 항상 겸손해야겠습니다.